체코로 이사올 때, 나름 한국 비상약들을 엄청 챙겨왔었다. 특히, 후시딘, 마데카솔, 반창고. 가끔 덤벙대는 탓에 가벼운 상처들이 잦은 편이다. 그런데 그것도 한 일년 갈까 말까... 약이 똑 떨어지고 나면, 난감하다. 그러다 보니, 나름 주변에 수소문해서 혹은 약국에 가서 많이 물어보면서 대체할 수 있는 현지 약들을 찾아야 한다.
그러던 와중에, 어느 주말에 요리하다가 기름이 튀어서 새끼손가락 절반이 데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정말이지... 서러웠던게, 혼자 있었던 터라... 말도 안통해서 병원을 가기도 어려웠다. 주말에 어디가 열었는지도 모르겠고. 보험처리는 또 다른 성질만 돋구는 이야기이고... G는 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니, 도움은 안되고... .
그때 이웃 친구들에게서 HemaGel 헤마겔이라는 약과 반창고를 수급 받았다. 한국의 후시딘이나 마데카솔 처럼, 체코에서 많이 쓰이는 약이라고 한다. 상처가 생기거나, 가벼운 화상을 입으면 쓸 수 있다고 한다. 약은 반투명하고, 약간 끈적하다. 약사 말에 따르면, 상처에 바르면 약간 수분기가 있는데, 마르고 나서 반창고나 붕대를 감아주는게 좋다고 한다.
화상을 입은 손가락이 공기나 물에 닿으면 통증이 꽤 심했었는데, 이 약을 바르면 얇은 막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도 줄어들고 완화되는 느낌은 들었다. 상처가 생겼을 때도 이 약을 사용하는 편이다. 일단 소독한 후에 바르면, 어느 정도 지혈도 해주는 것 같다. 비상약으로 쓸만은 하다.
그러나, 이 약이 뭐 만능약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치료 효과는 있겠지만, 그것도 상처나 화상 정도에 따른 것일테다. 손가락에 입은 화상은 병원을 가지 않고, 이 약을 써서 약 3-4개월만에 회복했었다. 물론 감염이나 큰 후유증이 없어 다행이기는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뭐가 됐든, 병원을 가는 걸 추천한다.
그때는 나도 미련한게, 시간을 두고 보다가... 심해지면 병원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은 회복 기간만 늦지고, 온갖 고생은 혼자 다한다. 해외에서 말도 안통한다고... 두려워서 혼자 어떻게 치료해보겠다는 건, 정말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행동했던 나 자신에 대해 많은 후회가 된다. 아픈 것도 서럽고. 내 몸 아픈 건, 가까운 가족도 잘 몰라준다.
그러니, 아프면, 병원을 가든가, 약국을 가든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처방약을 받자! 해외라서 잘 모르겠으면, 친구나 가족을 보채서라도 병원이나 의사를 찾아가기를 추천한다. 한국은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가는데, 여기 체코는... 적어도 내 주변에 보면, 뭐... 어디 부러지거나, 피가 철철 나지 않으면, 병원을 잘 안간다.
아무튼, 이 약을 알게 된 배경이 그러했고, 생각하다 보니 서러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 길어졌다 ㅎ 체코에서 만약 후시딘이나 마데카솔 같은 비상약을 찾는다면, 약국에서 하마겔을 추천해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이제는 비상약통에 항상 비치해두고 있다. 해외에서 아프면, 본인만 고생이다! 내 몸은 내가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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