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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1 (수) 눈, 흐림, 그리고 잠깐 햇살 @브르노, 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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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시작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빛을 볼 기회가 많이 없다. 하루에 잠깐이라도...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과 밝은 햇살이 나오면, 그게 그렇게 반갑다.

 

코로나 때문은 아니더라도, 항상 집에서 일하는 탓에 집안일을 거의 도맡아서 한다. 집에서 일한다고 남들보다 더 한가한 건 아니라고, 할 말은 많지만... 머 어쨌든.

 

일주일에 두서번, 오후 세시 쯤에는 룰리를 데리고 산책을 간다. 몸 속에 시계가 있는지, 정확히 세시가 되면 엄청 보채기 때문에... 어차피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집 뒷동산 Bila hora 가는 길

 

여름이면 한창 밝을 때지만, 세시면 벌써 노을이 지고, 네시면 금새 캄캄해진다. 집 뒷동산 Bila hora에 올라 갔다가 내려오면 대략 1시간, 물론, 산책 시간은 룰리가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달렸다... . 

 

뒷동산 Bila hora 정상에서, 잠시 쉬는 시간

 

눈이 쌓이면, 룰리는 어김없이 눈 밭에서 그렇게 구른다. 눈이 와서 신이 난 건지, 눈에 구르는 게 시원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눈으로 샤워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Bila hora에서 내려다 보이는 Brno

 

한국에는 워낙 산이 많고 또 산들이 가파르다 보니, 내 눈에는... 여기 집 뒷편에 자리한 Bila hora는 그냥 뒷동산 정도다. 가끔 이 동산에 오르려고 등산장비를 풀로 채비한 사람들이 보이는데... 볼 때 마다, 조금 어리둥절하다.

 

그닥 높지는 않아도, Bila hora 정상에 서면 Brno 시가 한 눈에 들어 온다. 노을 지는 시간 대가 가장 아름답다. 코로나 이후로는, 시내에 나갈 일이 거의 없다 보니... 동산에서 이렇게 바라보는 걸로 만족하고 만다. 

 

원래는 이 자리에 큰 나무가 있었는데, 지난 여름 폭풍으로 나무가 쓰러지고 저렇게 밑둥만 남았다.

 

매번 동산에 오를 때마다, 봄이 되면, 여름이 되면, 들판에 돗자리 깔고 누워서 쉬어야지... 생각한다. 벌써 3년이 지나가는데, 돗자리 하나 없다. 내년에는 해 볼 수 있을까.

 

원래는 다 섞어가는 나무 벤치들이 있었는데, 최근에 새롭게 벤치들을 교체했다. 풍경을 볼 수 없는 이상한(?) 지점들에 벤치를 두는 게 아쉽다. 

 

요즘 들어서, 체코에 코로나 신규확진자 수가 매일 약 2만명을 기록한다.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을 사람들도 이제는 인지를 하는가 싶으면서도, 여전히 마스크, 거리두기 등... 안지켜지는 것들이 많다.

 

할 만큼 했다,는 느낌인데... 사실, 내가 보기에는, 여기 사람들이 그 "할 만큼"도 애당초 안해왔던 터라 상황이 이렇게 된 것 같다. 시내에 나가면 나 혼자 마스크 쓰고 다니는 것도 괜시리 부담되고 스트레스 받는다. 

 

다행히 마을이 외곽에 있고, 집 근처에 슈퍼마켓도 있어서...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면, 시내에 나갈 일이 없다. 한 달에 한번 시내에 나갈까 말까다. 벌써 2년째 이러는데... 마음대로 못다니는 게 참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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