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정확한 크기는 잘 모르지만, 한국의 아파트 20평 정도? 조금 더 크려나... 뭐 암튼, 월세다 ㅎ 다 좋은데, 거실+부엌, 침실 1, 욕실+화장실, 복도 그리고 아주 큰 발코니로 구성돼있다. 집 크기에 비해, 공간 구성은 정말이지 최악이다. 조그만 방 하나 더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항상 집에서만 일하다 보니, 가끔 내 서재 방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거실 한 구석, 발코니 나가는 문 옆이 내 일터다. 하루의 절반을 이 자리에서 보내고 있다. 큰 창문 덕에 갑갑함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일에 집중 하거나, 책을 읽거나, 블로그를 쓰거나...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하고 싶을 때 만큼은, 독립된 방을 갖고 싶다.
금요일에는 주간 업무 보고서, 시장 보고서 등 마무리 업무로 정신이 없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룰리가 곁눈질로 나를 지켜보고 있다. 시계를 보니, 어김없이 오후 3시다. 산책 갈 시간인거다. 마침, 오늘 날씨도 좋고, 하늘도 맑아서, 노을 보기 좋겠다 싶어서 얼른 집을 나섰다.
하루 이틀 사이, 그 많던 눈이 모두 녹았다. 건조한 날씨 덕에 진흙탕이 되진 않았다. 여기는 정말 건조해서, 특히 겨울에는 살갗이 막 갈라지기 쉽상이다. 한국에서는 그닥 관심도 없던 립밤, 핸드크림, 바디로션, 수분 미스트를 하루종일 끼고 살게 됐다.
뒷동산에 오르면 거의 세시 반, 벌써 해가 산 너머로 기울기 시작한다. 여름이면 해가 중천에 떠있을 시간이라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겠지만, 가로등 하나 없는 이 곳에서는 해가 지면 어둠 그자체다. 그러다보니 괜시리 조바심이 나서 룰리 산책을 서두르게 된다.
해가 짧아지면 가장 아쉬운 점은, 오후 산책 중에 전망대에 앉아서 노을을 감상하기 어렵다. 춥기도 하고. 한번은 해가 지고도 계속 머무른 적이 있는데, 파아랗게 어두워지는 저녁 공기 속으로 시내에 오렌지색 가로등들이 켜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때 집에 돌아오는 길이 너무 어두워 몇번 넘어진 이후로는 캄캄해지기 전에 돌아온다.
뒷동산 정상에 이르면 산책을 마치고, 이제 집에 가서 간식 먹는다는 걸, 룰리 이녀석도 잘 알고 있다. 노을 지는 모습이 이뻐서 사진을 찍느라 멈추서면, "헤이, 그만 가자!"는 식으로 나를 엄청 끌어당긴다. 그래도 오늘은 무슨 일인지 얌전히 서서 기다려 주는게, 왠지 기특하다.
집에 돌아오는데, 빌딩 로비에 누군가가 뉴스를 프린트해서 걸어놨다. 조심하라는 내용 같아서, 사진을 찍어 가져와 집식구에게 물어봤다. 최근 신종 사기 범죄들이 많은데, 겨울철에 창문을 점검(?)한다고 찾아와서는 거주자에게 이름, 전화번호 등 모든 개인정보를 털어간다(?)는... 암튼, 낯선 사람에게 절대 빌딩 현관문 열어주지 말란다.
여기 체코누 코로나 이후로 사기, 피싱이 더 많아진 느낌이다. 난 체코어를 못하니, 이상한 전화가 와도... 배달, 택배 아니면 그냥 끊는다. 지들도 말이 안통하니 끊는다 ㅎ 간혹 낯선 사람들이 어떻게든 빌딩 안으로 들어와 집집마다 돌며 설문조사(?)한답시고 이름, 전화번호 요청하는데... 난 그냥 월세 살고 집주인 다르다, 말하고 문 닫는다.
사실, 룰리가 낯선 사람이 집에 찾아오면, 복도가 떠나가라 미친듯이 짖는다 ㅎ 그래서 지들도 지쳐서 그냥 떠난다. 어차피 말도 안통하고 ㅋ 얼마 전에도 누군가 찾아와 사인해달라는데, 어떻거 빌딩에 따지려는 순간... 경찰이 벌써 접수를 받고 와서 이 사람을 데려갔다. 룰리가 짖어대는 통에, 경찰이 쉽게 찾아온 듯 싶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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